
유재석은 바쁜 스케줄 때문에 결혼식에는 참석하지 못하는 일은 있어도 장례식에는 꼭 간다고 한다. 그래서 상가에 가면 유재석을 꼭 볼 수 있다고 한다. 상주 입장에서는 바쁜 와중에 문상 온 것만으로도 고마울 텐데 꼭 두 시간 이상은 머문다고 하니, 그저 놀라울 뿐이다.
이 이야기를 들으니 지난 주 있었던 직원 남편의 부고가 생각났다. 같은 회사이기는 하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어도 친분은 없었다. 드물게 카톡으로 몇 마디 나눈 정도였다.
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‘갑자기 왜?’라는 놀라움이었다. 남편이라고 하면 아직 젊을 텐데, 평소에 지병이 있었을까? 아니면 사고일까? 그 어떤 상황이든 간에 얼마나 놀라고 황망할까? 라는 생각이 들었다.
곧 ‘부조금은 해야 할까?’ ‘한다면 얼마를 해야 하나?’라는 고민이 뒤따랐다.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이런 고민 없이 하겠지만, 돈을 쓸 때마다 머릿속으로 계산기부터 두드려야 하는 팍팍함에 절로 슬픔 앞에서 지갑을 들여다 볼 수 밖에 없었다.
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편의 부고인데 안하는 것도 불편하고, 이래저래 고민이 되었다. 다른 직원들에게 물어봤더니 다들 나처럼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. 게다가 회사의 상황도 불안하다.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. 오랜 재택근무로 인해 서로 친분도 없다. 다들 대체적으로 친하지 않으니 망설이는 것 같았다.
결국 조의금을 내지 못했다.
그러다 유재석의 이야기를 듣고 후회가 되었다. 함께 기쁨을 나누기는 쉬워도 슬픔을 위로하는 것은 쉽지 않으니깐. 또한 슬픔이 있을 때, 서운함이 더 쉽게 생기고 오래 간다. 어려움에 처하거나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손 내밀어 주는 것이 큰 힘이 되고 고마움이 된다.
세상의 모든 행운은 사람에게서부터 온다. 우연이 아니다. 내가 사람들에게 한 만큼 돌고 돌아서 나에게 영향을 준다. 살아가는 어떤 길에서 도움을 받을지 모른다. 그렇기 때문에 유재석은 한 사람 한 사람 진심을 다했고 그 영향력이 그를 최고의 자리까지 올려줬다.
그렇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주위의 부고에 어떤 친분까지 조의금을 내야 할까? 누군가에 어려움이 있을 때 더 마음을 챙기자, 라고 다짐을 하면서도 조의금 액수 앞에서는 움츠려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. 모든 부고에 다 할 수는 없으니깐.
부의금 조의금, 너무 어렵다......